내가 게임을 만드는 이유
나는 콘텐츠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내 인생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콘텐츠는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하지만 게임은 조금 다르다.
영상은 보는 것이지만
게임은 직접 선택하고 행동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이야기는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본 기억이 된다.
나는 어린 시절 수많은 게임 속에서 자라났다.
동생과 함께 즐기던 킹오파,
친구들과 차례를 기다리며 토론하던 삼국지,
번갈아가며 플레이하던 슈퍼마리오.
돌이켜 보면
내가 게임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레벨도 아이템도 아니었다.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같은 편이었다
동생과 했던 킹오파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내 동생은 항상 나보다 게임을 더 잘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지고, 매번 화가 났다.
하지만 어떤 날은
내가 거의 지고 있는 순간에
동생이 이겨주겠다고 스틱을 받아 들고 대신 플레이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그 판을 짜릿하게 이기곤 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받았다.
아, 우리는 같은 편이구나.
동네 친구들과 번갈아 싸우며
같은 편이 되어 상대를 이길 때마다
이상하게도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게임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험이었다.
게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온라인 게임을 만나면서
그 세계는 더 넓어졌다.
바람의 나라와 와우를 하며
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모험을 했다.
어떤 날은 리더가 되었고
어떤 날은 리더를 돕는 사람이 되었고
어떤 날은 팀의 핵심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배웠다.
롤과 오버워치를 하면서는
내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도 배웠다.
패배를 통해 배우고
팀 속에서 나의 역할을 이해하고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법.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게임은 나에게 작은 사회였다.
그리고 나는
그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좋은 게임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좋은 게임은
어릴 때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기 위해 아침 8시에 일어나던 설렘과 비슷하다.
그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 안에서 완전히 몰입해 버리는 경험.
그리고 때때로
그 안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만난다.
예를 들어
파이널 판타지 7의 장면에서 느꼈던 전율 같은 순간들.
또 어떤 게임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서풍의 광시곡에서 시라노가 보여준 인간다움,
어쌔신 크리드가 보여준 시간과 인간의 역사,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던진 인간성에 대한 질문.
그 순간들을 떠올리면
나는 단순히 게임을 즐겼던 것이 아니라
어떤 세계를 경험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게임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내가 만드는 게임 속에서도
누군가는 설렘을 느끼고
누군가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누군가는 잠깐이라도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게임 속에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사람들을 발견하고
세상에는 생각보다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잠깐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게임을 끝냈을 때
이런 마음이 남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살아가고 싶다.
사람들과 함께 더 잘 살아가고 싶다.
어린 시절 내가 게임 속에서 받았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게임을 만든다.
내가 받았던 그 경험을
다음 세대에게 다시 전해주기 위해.